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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어드메, 그 생명의 살아있음을 감각하다. Elsewhere, perceived the life, alive.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2020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3월 1까지 <바이오필리아: 흙 한줌의 우주>라는 전시가 진행된다. 아마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생명사랑)’라는 용어는 미국의 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 O. Wilson)이 구체화한 개념으로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 이미 생명을 사랑하려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전제를 가진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에게 주는 이 깨달음은 더욱 와닿는 듯하다. 그리고 본 전시에서 이다영·이지원 작가는 잠시나마 위협을 비껴간 비무장지대(Korean Demilitarized Zone, DMZ)에서 생존해나가는 역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담기 위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업인 ‘어드메(2020)’를 선보인다.

그렇다면 왜 DMZ인가. 작품명 ‘어드메'는 어디, 어느 미지칭의 장소를 뜻하는 표준 우리말이자 동시에 북한의 평안, 함경 지역의 방언이다. 비록 우리가 그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도달할 수는 없는 남과 북 경계에 걸쳐진 DMZ는 어쩌면 어딘가의 가상의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1953년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천여 개의 말뚝을 기준으로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였고, 2020년의 그곳엔 잠깐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주목한 부분은 그 긴 시간 속 DMZ 경계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피어오른 생명들이었다. 그 생명을 가진 개체 하나하나들은 억압과 파괴 이후 찾아온 변화 속에서 균형을 찾아 순환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립한 규칙으로 그들만의 삶을 일구어 내고 있었다.

작가는 이 교차점에 서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생태계를 탐험하고자 하였다. 전시장 입구 복도를 지나 한켠에 설치된 이 ‘어드메'는 커다란 반구형의 돔으로 설치되었다. 기하학적인 구조의 메탈 지오데식 돔은 마치 지구의 형상을 띄는 듯하며, 인공 생태계를 모방하고 창조하고자 하였던 프로젝트인 NASA의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을 연상케 한다. 바이오스피어 2는 1991년 NASA와 협력하여 미국 애리조나주 오라클(Oracle)에서 진행된 인공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로, 과학자들이 직접 지구 생태와 비슷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자 하였다. 특히 유리온실과 같은 기하학적 구조물을 건축하여 열대 우림이나 바다, 사막, 습지와 같은 자연 생태계를 조성하였고 이를 외부의 지구 생태계로부터 철저히 격리하고자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중에서도 돔의 형상으로 건축된 "폐(lung)" 구역인데, 그 공간에는 낮과 밤 태양열에 의해 팽창되고 수축하는 공기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다이아프램(diaphragms)을 보관하였다는 점이다. 즉, 여기서 돔의 공간은 하나의 숨 쉬는 호흡의 역할을 하는 장소로서 중심 생태계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실험적이며 상징적인 돔의 의미는 곧 는 곧 ‘어드메'의 돔과 병치된다. 그리고 작가는 DMZ 생태계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생명을 이 가상 공간으로 불러내었다.

돔에 퍼지는 소리들은 DMZ 주변 생태계 권역에서 서식하는 실제 자생종의 DNA 정보를 기반으로 소리화를 과정을 거친 결과이다. 작가는 실제로 그 동식물의 생물학적 정보를 직접 추출하기 위해 DMZ 생태연구소,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업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에서 국립생태원 <DMZ 일원 생태계 조사> 발간집을 토대로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과 균형 있는 먹이그물 구조를 고려하여 ‘어드메' 공간을 대표하는 종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구역에 따라 해안, 논지 평야, 산악을 중심으로 다시 상위, 중위, 하위로 나누어 각 공간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나누었다. 구체적으로는 각 생물의 유전자 서열 데이터는 동물 종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일부인 COI 부분을, 식물 종은 matK 부분이 활용되었다. 이를 토대로 리보솜(Ribosome)에서 유전자 서열 데이터를 단백질로 번역하는 과정과 데이터를 소리화가 가능한 형태로 전처리하였고, DNA의 구성 성분인 염기(A, T, G, C)의 비율에 따라 각각 다른 사운드 파형을 생성하였다. 그 후 유전 코드라 볼 수 있는 코돈(Codon)의 종류에 따라 4개 옥타브를 가지는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의 음정으로 연결했다. 그 결과 조류, 포유류, 양서류, 어류, 무척추동물, 그리고 식물이라는 생물학적 틀에 따라 ADSR(Envelope) 프리셋과 DNA 염기서열에 따른 ADSR을 합성하여 각 생명의 대표 소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양한 소리로 이루어진 이 가상 생태계 ‘어드메'는 총 3개의 막인 산악 및 계곡 생태계, 논지 평야 및 민물 생태계, 해양 생태계에 따라 약 한 시간가량 상연된다. 소리의 구성은 다시 임의로 짜인 먹이그물 알고리즘 구조에 따라 시뮬레이션된다. 1막인 “산악 및 계곡 생태계”의 경우 노란 목도리 담비는 등줄쥐, 다람쥐, 금개구리, 구렁이를 잡아먹고, 구렁이는 다시 금개구리를, 금개구리는 왕은점표범나비를, 그리고 그 나비는 서울제비꽃을 먹는 구조를 가진다. 서울제비꽃은 다시 사향노루와 산양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먹이사슬 구조는 각 개체 수 변화에 따라 소리의 근원과 양에 따라 균형 있는 하모니를 이룬다.

이들의 속삭임은 결국 생명, 생명 간의 대화, 그리고 생명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실재 존재하는 자연의 순환을 그린다. 얽히고설킨 자연의 생태 구조는 엮어진 돔 안에서 살아있음을 은유한다. 천으로 쌓인 돔 아랫부분에서는 스피커의 소리와 천장에서 움직이는 LED 빛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반사되는 반면 윗부분의 이따금 뚫려있는 허공을 가까스로 날아 넘나들며 애매모호한 경계선상에서 회전하며 순환하는 생태를 묘사한다. 과학과 기술, 예술이 융합된 최초의 미디어 아트 그룹이라 볼 수 있는 E.A.T의 융합적인 실험의 무대였던 돔 파빌리온처럼 어드메의 돔은 소리로, 빛으로, 그리고 예술로 확장된다. 마침내 ‘어드메’는 우리에게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힘차고 활발한 에너지의 떨림과 그 속에서 찾아가는 균형을 감각적으로 풀어내어 자연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글. 전지영